실로암

아빠 사진과의 세계여행

3406 2020. 7. 16. 09:54

미국 뉴욕시에 사는 지나 양(Jinna Yang·25)은 한국인 1.5세다. 세탁소 집 딸, 양 씨는 사랑했던 '남자'와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을 하고 있다. 2년 전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빠, 그의 실제 크기 사진 판지와 함께이다.

아빠 양재권(52)씨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 자격을 따냈지만 생계를 꾸리기 위해 세탁소를 차렸고, 세계여행을 해보는 게 꿈이라더니 플로리다도 가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딸은 그런 사연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내 이름은 지나입니다. 겉에서 보기에 나는 모든 것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좋은 직장, 고급 아파트, 셀 수 없이 많은 구두로 넘쳐나는 벽장, 일주일에 최소한 닷새 저녁은 외식을 할 수 있는 넉넉한 가처분소득…. 게다가 내 또래나 나이가 더 많은 사람 대부분보다 더 많은 돈을 법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의 바위처럼 든든했던 그분이 곁을 떠나고 나니 삶의 의지를 잃게 되더군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절망감만 느껴졌습니다. 탈모증이 생겨 급속도로 머리가 빠졌습니다. 하지만 끔찍한 직장 환경은 아빠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내 아빠인데도 말입니다.

어느 날 아침, 내 인생의 고삐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무 대안 없이 사표를 냈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가보고 싶어 했던 곳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파리 에펠탑에도, 로마 피사의 사탑에도 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명소들 앞에서 아빠의 실제 크기 사진을 옆에 세우고 나란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승의 몸으로 거기 계신 건 아니었지만, 아빠의 마음을 꼭 껴안고 찍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유명한 사람이냐"고 묻더군요. "내 아빠"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놀라고, 나중엔 웃더군요. 그런데 그 미소들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나는 성공만 좇아 행복을 희생했는데, 성공은 행복이 있는 곳에 살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감동 글)

 

“행복의 대가를 치르고서야 영광을 얻고, 건강의 대가를 치르고서야 즐거움을 얻고, 독립의 대가를 치르고서야 후대함을 얻는다. (피에르 가스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