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무능한 다수의 결정

3406 2021. 3. 6. 11:18

토머스 페인은 『상식』에 이렇게 썼다.

“정치인의 과학은 행복과 자유의 정확한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을 최대화하면서 국가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정부 양식을 발견하는 사람은 세대를 망라한 모든 이들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미국 독립의 불을 댕긴 정치사상가 답 게 13개 식민지 대표들로 구성된 대륙회의 창설을 제안하면서 대표들이 할 일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지극히 상식적인 정의지만, 덜 깨어있는 사람들을 위해 페인은 덧붙인다.

 

“아메리카의 왕은 어디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 우리는 군주제를 인정한다. 하지만 아메리카에서는 법이 곧 왕이다. 절대정부에서 왕이 법이듯,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법이 왕이어야 하며 다른 지배자는 없어야 한다. 하지만 훗날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왕권을 없애고 국민의 권리 속에 분산시키도록 하자.”

 

250년 전 페인의 글을 굳이 소환한 것은, 그가 봐도 기가 찰 일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도무지 상식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란 감투를 쓰고 상식 밖의 언행으로 국민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어서다.

 

특히 여권 의원들이 그렇다. (야권 의원들은 좀 낫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의 호위무사들 같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견제해야 할 사람들이, 대통령을 향한 사소한 비난만 있어도 온몸을 던져 막아낸다. 오죽하면 “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든다”는 비판까지 나올까. (후략)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대기자/ 2021.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