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잠시 뿐인 세상 재물

3406 2021. 3. 31. 10:45

1977년 부산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일찍 남편을 잃고 4남매를 홀로 키우며 고생고생하며 살던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임종이 가까워오자 흩어졌던 4남매가 다 모였다. 그 때 어머니가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런데 평생에 다이아 반지 한번 껴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원통 하구나” 하셨다.

 

이 말을 들은 자녀들이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인데 자식 된 도리로 안 들어 드릴 수 없지 않느냐? 하면서 조금씩 돈을 내서 다이야 반지를 사 드리기로 했다. 이때 맏며느리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최근에 옆집 아주머니가 다이야 반지를 샀는데 그것을 빌려다가 끼워 드리고 어차피 돌아가실 어른이니까 나중에 빼서 되돌려 주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모두들 생각해 보니 그것도 좋을 것 같아서 옆집 아주머니의 반지를 빌려다가 고급상자에 넣은 다음 누워계신 어머니께 가지고 갔다. 반지를 받은 어머니는 어린애처럼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는 불빛에 비쳐보고 얼굴에 비비시며 한참 좋아하시더니 물 한 그릇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자녀들이 물을 갔다 드렸더니 어머니는 반지를 빼내 입에 털어 넣고는 꿀꺽 하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 만족 한 듯 자리에 누우시면서, “나희들이 선물한 반지 어미가 극락까지 가지고 갈란다.” 하시고는 숨을 거두었다.

 

자녀들 사이에 다이야 반지를 어떻게 찾아 돌려주어야 할지 논쟁이 벌어졌다. 아들들이 어머니의 배를 갈라 반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니까 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은 어머니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결국 화장을 시켜 드리고 잿더미 속에서 반지를 찾았는데 너무 손상이 되어버려 도저히 돌려 줄 수 없게 되었다. 할 수 없이 4남매가 돈을 모아 새 반지를 사서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권영국 목사>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산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