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선거 방송의 균형

3406 2021. 4. 1. 11:14

‘기계적인 균형’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유세 열기가 고조될수록, 뉴스 제작진도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 선거 기간엔 그림 한 장, 영상 한 컷, 인터뷰 노출 시간까지도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 기간엔 아이템 회의 풍경도 다른 때와 사뭇 다르다. 평상시엔 그저 “이 아이템이 재밌을까?” “시청률에 도움이 될까?” 이런 고민만 했다면, 선거 기간엔 그럴 수 없다. 한 가지 아이템이 후보에 오르면 “상대 후보 측엔 무슨 이슈가 있지?” “반론은 나왔나?” 같은 ‘균형’에 초점이 맞춰진다. 만약 특정 후보에게만 유리 또는 불리해서, 상대 후보들과 형평을 맞출 수 없다면 아무리 시청률이 탐나도 그 아이템은 재고해야 한다.

 

방송 준비를 하면서도 체크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평소라면 재밌는 영상이나 녹음을 마음껏 사용했겠지만, 선거 기간엔 그럴 수 없다. 후보별로 인터뷰나 자료 영상 노출 시간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가령 한 후보의 인터뷰가 20초 나갔다면, 상대 후보의 인터뷰도 그와 비슷한 분량으로 당일 방송에 배치한다. 이 때문에 편집자끼리는 “그 후보 인터뷰 몇 초 나왔어?”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주고받게 된다. 선거 기간마다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돕는 일이니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202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