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1)
문재인 대통령님께.
지난해 10월 21일, 저는 조선일보를 통해 공개된 편지에서 현재 중국 수용 시설에 억류돼 있는 북한 여성, 남성,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긴급히 도와주실 것을 간청했습니다. 저는 북한 난민 위기가 시작된 뒤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그랬듯 무언가 해주실 것을 호소했던 것입니다. 고문과 투옥, 죽음의 벼랑 끝에 선 한국인들을 구해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코로나 공포 때문에 국경을 닫아 걸고 중국이 강제 북송하고 싶어하는 탈북민들을 받지 않으려 하는 이 시기야말로 ‘천금 같은 기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인도주의적 자비심을 보이고 탈북민들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가도록 허락해준다면 중국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시진핑 중국 주석을 설득할 큰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호소의 뒤를 이어 11월 2일에는 리처드 닉슨 이후 모든 미 대통령 행정부를 대표하는 전직 미 정부 관리 20명이 연서명한 편지를 대통령님께 보냈습니다. 이들은 썼습니다. “우리는 대통령님의 정부가 이전 한국 정부들이 조용하고 매우 성공적으로 해왔듯 중화인민공화국에 접촉할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촉구합니다. 현재 중국에 억류된 북한 여성, 남성 그리고 어린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를 요청하고 그들이 한국 혹은 제3국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중국 당국에 요청해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당신이 옳은 일을 하실 것을 믿었기에, 작년 11월 2일 작성된 이 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늘 2020년 9월 이후 중국 수용 시설에 갇혀 있던 젊고 아름다운 북한 여성 두 명이 풀려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요청했던 한국이 아닌, 그들을 학대한 자들의 손아귀에 던져졌습니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제9회 서울평화상 수상자 /202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