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부가 국민에 손실 끼친 건가
금강, 영산강의 5개 보(洑) 수문을 3년 반 개방한 후 보 구간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지난 14일 환경부 발표 자료에서 확인됐다. 5개보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총인(TP), 엽록소의 세 가지씩 총 15개 수질 지표 가운데 12개는 나빠지고, 1개는 같은 수준, 2개는 개선됐다.
발표 자료를 토대로 조선일보가 ‘수질 최대 40% 악화’라고 보도했더니 환경부는 ‘보 개방을 통해 녹조 등 수질 개선 경향을 확인했다’는 반박 자료를 냈다. 환경부가 특히 강조한 것은 여름철 남조류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보 개방으로 물살이 빨라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조류는 줄었는데 BOD 등 수질 지표는 왜 악화됐을까? 그 이유를 하천생태학자(그는 이름이 공개되는 걸 원치 않았다)에게 물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물 흐름이 정체되면 여름철 남조류가 번성한다. 남조류는 점액질로 둘러싸인 데다, 밀도가 낮고, 기포까지 가져 물 표면에 뭉친 상태로 떠있게 돼 쉽게 눈에 띈다. 반면 4계절 나타나는 규조류는 남조류의 수십 배 크기다. 물 흐름이 잔잔하면 밑으로 가라앉는데, 깊은 수심에선 햇빛이 아래까지 닿지 않아 광합성이 억제되면서 개체 수가 줄어든다. 그래서 보 수문을 닫으면 오염도가 떨어진다.” 그는 하천 전체 오염도는 규조류가 좌우한다고 했다. 여름철 녹조라테 현상만 갖고 수질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작년 8월 섬진강 하류 남원, 하동, 구례 등에서 큰 물난리가 난 후 야당 쪽에서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돼 홍수 피해가 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뒷받침 증거가 없어 논란이 이어지진 않았다. 그런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지난 6일 섬진강댐의 홍수기 제한 수위를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댐은 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해 미리 수위를 낮춰 홍수 때 담을 수 있는 물그릇을 키워놓는다. 그 물그릇 크기를 3000만톤에서 9000만톤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섬진강은 100년 빈도 홍수에 견디도록 설계돼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천 토목 전문가인 동부엔지니어링 이상만 부사장에게 물어봤다. 이 부사장은 “섬진강엔 댐이 한 곳뿐이고 위치도 상류에 치우쳐 홍수 조절 기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섬진강은 유역 면적이 영산강보다 큰 강이다. 그러나 주변 큰 도시가 없어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됐을 거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사업본부장을 맡았던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는 “섬진강은 경관이 수려해 손대지 않기로 했던 것”이라고 했다. 섬진강을 준설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4대강 사업으로 다른 강들은 200년 빈도 홍수에 대응하도록 보강됐지만 섬진강은 그러지 못했다는 건 알아야 한다.
작년 섬진강 물난리는 수자원공사가 집중호우에 대비해 미리 댐을 비워두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2017년엔 7~8월 저수율이 13~33%였는데 작년 7월 말엔 85%를 넘었다. 수자원공사 섬진강댐 운용 책임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2014~15년 가뭄 때 용수 부족으로 애먹고 나서 국토부가 하류 지자체 쪽 요구가 있는 경우만 물을 내려보내도록 지침을 바꿨다”고 했다. 그 뒤 2018년 댐 관리 업무는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갔다. 그런데 하필 2019년 태풍이 7개나 몰려왔다. 댐에 물이 가득 차버렸는데도 국토부 지침을 그대로 따르는 바람에 물을 사전에 빼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년 물난리 때 환경부 장관은 환경운동 하던 사람이, 수자원공사 사장은 4대강 반대 운동 하던 교수가 맡고 있었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202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