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봄’ 미몽은 2018년으로 충분하다 (2)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이 미국을 설득해서, 혹은 미국과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대규모 대북 지원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남한과의 협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번 보수파의 압승은 북한의 대남 전략을 바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과 유엔 제재에 도전할 생각이 없는 남한 진보 정부에 불만이 있지만, 보수파를 훨씬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남한 진보파는 외교 수단을 동원해서 대북 제재의 완화를 추진하며 북한을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보수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원래 보수파의 대북 정책은 유연성이 없지 않았지만, 최근에 그들의 대북관은 많이 엄격해지고 굳어졌다. 보수파는 북한이 의미 있는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관리할 방법은 제재와 압박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북한은 보수파가 희망하는 양보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따라서 보수파가 집권할 경우 남한은 북한을 무시할 가능성이 크며, 미국의 강경노선을 열심히 지지할 것이다.
그 때문에 북한은 남한에서의 보수파 부활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2022년 대선에서 진보파의 재집권을 도와줄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는 남북 공동 문화 행사나 체육 경기를 함으로써 동북아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의도도 있는데, 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국내에 외교 능력을 보여주고 지지를 높이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남한 진보파의 지지율 향상을 원할 이유가 생겼고, 남북한 상징 외교 쇼에 참여할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오늘날 남한 유권자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그러나 접전이 벌어질 것 같은 대선 때, 민심의 작은 변화도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상회담이다. 남북한 지도자 모두 2018년 봄의 ‘비핵화 쇼’의 성공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비슷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2022년 봄까지 대면 회담이 가능할지 의심스럽지만, 비대면 회담도 괜찮은 정치 쇼가 될 수 있다. 통일부가 올해 초부터 영상회의실을 구축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이 어렵다면, 다른 공동 행사를 추진할 수도 있다. 남한 국내 정치적 측면을 제외하고 볼 때, 남북한의 상징적인 접촉이 다시 활발해지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주로 국내를 겨냥하는 이러한 상징적 행사에 별 희망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나 ‘한반도의 봄’과 같은 기적에 대한 미몽(迷夢)은 2018년 봄의 경험으로 충분하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21.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