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가 고장 난 ‘치매 국가’가 되고 있다
(전략) 국가 경영은 사실을 사실대로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가짜 뉴스’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잦다.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벌써 1년도 전의 일이었다. 백신이 없는데도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거나 “다른 나라보다 집단면역이 빠를 것”이라고 뜬금없는 낙관론을 펼쳤다. 경제 인식은 더 황당했다. ‘마차가 말을 끄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값이 폭등해도 “부동산은 자신 있다” 하고 서민 경제가 망가져도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기며 4년을 보냈다. 도대체 어느 우주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국가 운명을 좌우할 주요 대목마다 자해와 다를 것 없는 의사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강의 한국형 원전을 죽이는 탈원전, 서민층을 영원한 무주택자로 전락시키는 부동산 역주행, 청년들에게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 것을 강요하는 사다리 걷어차기, 기업 전사들을 교도소 담장 위에서 걷게 하는 가혹한 규제, 연금·재정 파산이라는 예정된 미래 방치하기, 동맹 관계를 흔드는 맹목적 북한·중국 추종 등등이 그 예다. 제정신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정이 펼쳐지고 있다. 전략가들이 맡아야 할 국가 경영의 운전석을 운동권 이념가들이 차고 앉았기 때문이다.
두뇌가 고장 난 나라가 어떤 길을 걷는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말해주었다. 일본이 장기 침체의 함정에 빠졌던 2000년대 초, 일본 지식인들은 나라를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비유했다. 지력(智力)이 쇠진한 무뇌(無腦) 정치인, 생각 없는 생계형 관료들이 일본을 국가적 치매에 빠트렸다고 한탄했다. 우리가 그 꼴이 됐다. 통치 엘리트들이 전략 대신 이념, 과학 대신 맹신, 미래 대신 과거에 빠진 나라가 제대로 갈 수는 없다. 이대로면 우리 앞에도 ‘잃어버린 20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박정훈 칼럼 21.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