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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이 긍정 평가라고?

3406 2021. 5. 15. 10:19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는 예정에 없던 보도 자료를 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보고서 원문을 찾아 봤다. 제목이 ‘산 넘어 산, 한국은 코로나를 막으며 앞을 바라보고 있다(Mountains after Mountains: Korea is Containing COVID-19 and Looking Ahead)’였다.

 

‘산 넘어 산’이라는 한국 속담을 제목에 사용한 것이 눈길을 끌었는데 기재부 보도 자료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IMF는 “‘산 넘어 산'이라는 한국 속담은 새로운 도전이 항상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며 가계 부채와 중소기업 부실 문제를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가계 부채는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이 높고 가처분 소득의 190% 이상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은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IMF는 한국 경제에 대해 최근 수십 년간 생활 수준의 향상 속도는 느려지고 생산성은 선진국보다 낮다고 진단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성장 잠재력 확대와 포용력 강화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IMF는 보고서 제목에 이례적으로 한국 속담을 인용하며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기재부 보도 자료만 보면 IMF가 우리나라가 산을 잘 넘었다고 칭찬만 한 것 같다.

 

최근 기재부는 정부에 유리한 사실만 골라서 홍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초 IMF가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을 땐 “우리나라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빨리 회복한 선진국 중 하나”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IMF가 사상 처음으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외의 평가를 일방적 국정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유리한 부분을 골라내서 세계적으로 우리가 앞서가고 있다는 자화자찬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래도 될까?(후략)

<최종석 기자 2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