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꿀벌이 뭐길래

3406 2021. 5. 26. 09:54

한국농촌경제원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연간 2810만원이었던 양봉 농가 소득은 2018년 207만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꿀벌 사육 가구 수가 1만9903가구에서 2만9026가구로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양봉 농가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주된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꿀벌들이 바뀐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먹이를 생산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또 농약 사용과 도시화로 밀원지(벌이 꿀을 빨아오는 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낭충봉아부패병 같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토종벌 개체 수가 90% 정도 감소하는 등 꿀벌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최근 10년간 꿀벌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고, 영국 역시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을 채집하러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 유충이 집단 폐사하는 이른바 벌집군 붕괴 현상(CDC·Colony Collapse Disorder)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최초 꿀벌 수의사인 정년기 박사는 “최근 10년 사이 세계적으로 꿀벌 생태계가 빠르게 파괴되는 추세”라면서 “한국은 특히 단위면적당 꿀벌 개체 수가 많아 먹이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했다.

 

문제는 꿀벌이 자연 생태계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곤충이란 점이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이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를 매개(가루받이)하고 있다. 꿀벌 의존도가 100%인 아몬드는 벌이 사라지면 재배하기가 불가능해지고, 사과나 양파 등도 수분의 90% 이상을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에 따르면, 꿀벌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사라지면 과일과 채소 값이 급등해서 한 해에 14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다. UN은 2017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다.

유종헌 기자 21, 0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