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최다 ‘수포자’ 양산한 文정부(2)

3406 2021. 6. 21. 10:03

계층별 학력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는 계층별 사교육비 격차가 커지는 추세와 일치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소득 상위 10%의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63만 원, 하위 10%는 9만 원이다. 자유학기제 시행 후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인 집은 학원비 지출을 늘리고, 나머지 가구는 줄였다는 조사도 있다. 고소득 가정에선 ‘내신 신경 안 쓰고 선행 진도 빼서 좋다’며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를 반긴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부러워한 적이 있지만 미국은 ‘낙오자 방지 정책’으로 한국과의 학력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일본도 2009년 ‘유토리(여유) 교육’을 폐기하고 학습량을 늘린 데 힘입어 2015년부터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국 초중고교 교사들은 우수한 인재들로 15년 차 교사의 급여와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만 뒷걸음질치도록 내버려 두는가.

 

곧 여름방학이다. 방학이 끝난 후 교실 풍경은 수저 색깔에 따라 나뉜다고 한다. 있는 집 아이들은 키도 크고 성적도 올라서 오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은 얼굴도 까칠해지고 그나마 배운 것도 까먹는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교육정책의 대가를 왜 없는 집 아이들이 치러야 하나.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에서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위해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여름방학 학습지원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202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