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임기말 40%대 지지율, 자랑거리 아니라 부끄러운 거다(1)

3406 2021. 7. 26. 09:40

문재인 정권 들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최근 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최근 보름간 사례 몇 개만 추려봤다.

 

#사례 ① KDI(한국개발연구원)가 6, 7일 대규모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주제는 ‘문재인 정부 4년의 여정’인데 세션 제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세션 1-한국판 뉴딜과 ‘미래를 여는 정부’ △2-포용사회와 ‘복지를 확장한 정부’ △3-공정사회와 ‘권력을 개혁한 정부’ △4-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평화를 유지한 정부’.

 

복지 개혁 평화 등의 과제들이 다 이뤄졌다고 결론을 지어버린 셈인데, 낯 뜨겁지 않았을까? 설령 문 정부가 그런 업적을 이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를 제목으로 붙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염치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국가 최고 싱크탱크 두뇌들의 판단력이 흐려진 걸까?

 

#사례 ② 문 대통령은 20일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군 당국만 질책했을 뿐 사과는 하지 않았다. 유체이탈 화법에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못할 정도로 청와대가 정무 감각을 잃은 걸까?

 

#사례 ③ 정부와 경찰은 역시나 민노총 집회에 이중잣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보수단체나 자영업자 집회 봉쇄와 극명히 대비될 걸 모를 정도로 경찰 수뇌부가 우둔할 걸까?

 

서로 무관해 보이는 세 사례를 들여다보면 관통하는 키워드가 보인다.

 

즉 ‘오로지 지지 세력에만 집중하는 진영정치’의 파생물이라는 점이다. 지지 세력만을 염두에 둔 채, 그들의 머릿속에 ‘성공한 정부’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니 안면몰수하고 용비어천가를 불러댈 수 있다. ‘성공 정권’ 스토리라인의 핵심 소재가 방역이므로 사과는 안 한다. 민노총 같은 핵심 고객을 화나게 할 행동도 결코 안 된다.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는 임기 말 40%대 지지율의 비밀도 풀린다. 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 가능하다. 첫째는 지지 세력에 영합해온 진영정치의 효과이고, 둘째는 한국 사회 구성의 변화 덕분이다.

진보좌파 네트워크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졌다. 민노총은 2016년 65만9000명에서 2019년 105만 명을 넘어섰다. 전교조를 비롯해 거대 노조들의 조직력은 2000년대 초반을 가내수공업시대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강화됐다.

 

시민·민주 등의 수식어를 붙인 단체도 급팽창했다. 서울의 경우 2016~2020년 3339곳의 단체가 공모사업 수주, 위탁운영 등 다양한 외피로 7111억 원의 예산을 박원순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았다(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 자료). 가족까지 합치면 ‘대깨좌’(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어도 좌파정권 지지) 고정표가 수백만은 될 것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202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