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더 이상 개혁을 희화화 말라(1)
문재인 정권에서 ‘개혁’은 상투적인 단어가 아닌 듯하다. 정권의 강력한 의지가 실렸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서다. 그 대상도 검찰개혁, 부동산개혁, 언론개혁 등 전방위에 걸쳐 있다. 가히 ‘개혁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개혁 드라이브엔 어려움을 극복하고 낡은 과거를 청산한다는 정의의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그래서 개혁으로 포장되는 순간 ‘개혁 대 반(反)개혁’이라는 선악(善惡)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언어의 매직이다. 정치권, 특히 여권 인사들이 걸핏하면 “개혁, 개혁”이라고 외치는 정치적 노림수일 것이다.
개혁은 명분과 함께 그 칼날이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치우치지 않는 공정이다. 더욱이 개혁주체라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현 정권에서 남에겐 관대하고 자기에겐 가을서리처럼 엄정하라는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이란 말이 회자된 이유다. 김영삼 정부 초기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에 탄력이 붙을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물갈이가 정치적 동력이 된 덕분이었다.
그러나 집권 5년차 문재인표 개혁은 길을 잃은 분위기다. 집권 세력 편에 서느냐, 반대편에 서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정도로 편 가르기가 극심했다. 검찰개혁이 ‘내로남불’의 상징으로 전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쇠뿔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가 소를 잡는 상황이 되어버린 부동산개혁은 정책 무능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청와대와 여당이 임기 말 정책성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 이유다.
거센 비판 여론 때문에 잠시 멈춘 언론개혁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문제의 언론중재법이 담고 있는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모호한 고의·중과실 추정 등 독소 조항이 어디를 겨냥하는지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여당 대표는 언론중재법을 비판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평생 야당만 할 텐가”라고 말했다. 결국 언론개혁으로 구제하겠다는 피해자가 집권세력에 맞춰졌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닌가.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21.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