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폭탄 발언 26년 ‘정치는 4류에서 G류로’ (2)
한국은 기업 발전이 사회와 국가 발전을 견인해온 대표적인 나라다.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선 정부 역할이 컸지만, 2000년대 들어 그 단계를 넘어서서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탄생이 수많은 기술 강소 기업을 출현시켰다. 세계 1위 한국 제품 수는 69개로 국가 기준으로 세계 11위다. 히든챔피언(세계 최고 수준 중소기업) 숫자도 한국은 세계 16위다. 글로벌 기업의 출현은 우리 청년들,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수준과 시야, 사고방식까지 크게 끌어올렸다. 사회 전체가 촌티를 벗자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아카데미상 등 우리 문화계도 글로벌 초일류로 나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2류이던 기업을 초일류로 만든 사람이다. 그는 그때 한국 관료와 행정은 3류라고 했다. 지금 관료와 행정은 4류가 됐다고 생각한다. 소신 있는 관료는 거의 다 사라지고 대통령에게 잘 보여 출세하려는 사람들이 눈알 굴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탈원전 같은 백해무익한 대통령의 아집을 뒷받침한다고 휴일 밤에 제 사무실에 숨어들어 증거를 인멸하는 게 요즘 한국 관료다. 포퓰리즘 정치권이 하라는 대로 국가 부채를 폭증시키고 무리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탄소 중립과 관련해선 공상 소설까지 쓰고 있다.
이 글을 쓰며 이 회장이 4류라고 했던 한국 정치는 몇 류가 됐다고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떠오른 말은 ‘G류’다. ‘GSGG’의 그 G다. GSGG라는 상욕을 처음 쓴 것도 국회의원이지만 지금 한국 정치를 보며 G류라는 것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람들은 대선 출마자들을 보며 혀를 찬다. 우리나라가 이 수준밖에 안 되느냐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 추한 사람’뿐이라지만 그래도 이 중 누군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들이 또 세상을 뒤집으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호령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가 막힌다. 이 회장의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혹한 비판자가 된다’고 했다. ‘G류’가 ‘초일류’를 겁박하는 세상을 말한 것 같다.
양상훈 주필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