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이재명과 대한민국의 위대한 바보들(2)
조금만 생각하면 국토보유세에 대한 합리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개인의 부동산 보유세는 한계를 넘었다. 가렴주구를 해도 약간만 더할 수 있다. 탈탈 털어 10배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법인이다. 곧 이재명 곳간을 채울지 모를 1차 납세자 리스트를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세(지방세) 특례제한법에 수없이 열거된 재산세 감면 대상이다. 교회, 사찰, 공장, 물류센터, R&D 센터, 창업 중소기업, 직업훈련 시설, 농업 법인 농지, 학교, 병원, 박물관, 공기업, 정당 등등. 한국지방세연구원은 국민 한 사람에게 연간 기본 소득 30만원을 주기 위해 서울대 병원만 연간 141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기본 소득이 60만원이면 282억원, 100만원이면 469억원이다.
그동안 몰라서 안 거둔 게 아니다. 경제, 국민 건강, 복지, 문화 등 공동체 발전을 위해 유보한 것이다. 의료진, 연구 인력, 학생, 문화인에게 뜯어낸 돈을 한 달에 8만3000원씩 국민 용돈으로 주자는 주장이 먹혀들면 이 나라가 정상인가. “나라를 위해 그런 돈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국민을 향해 이 후보는 ‘악성 언론과 부패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주면 좋아한다”는 신념을 다져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혁적 리더십은 꿈으로, 거래적 리더십은 이익으로 이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때 연간 310억원, 경기도지사 때 연간 1700억원을 나눠 줬다. 그의 표밭에 2761억원짜리 공원을 만들어 주려고 유동규를 매개로 투기 세력과 손을 잡고 일으킨 사업이 대장동 개발이다. 이제 통이 더 커져 연간 59조원짜리 새 사업을 일으키려 한다. 그 후유증은 6조원짜리 대장동 파문과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후보는 한국의 조세 부담률을 OECD 평균과 자주 비교한다. 선진국보다 세금을 덜 내니 더 거둬서 나눠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 소득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소외 계층을 위해서 증세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 후보는 늘 부동산 보유세가 적다고 한다. 그래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 후보다운 속임수다.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올해 OECD 평균을 넘어선다. 앞으로 더 높아진다. 2019년 기준 부동산 보유세를 포함한 재산 부분 세금 비율은 OECD 평균의 1.7배, 법인세 비율은 1.2배다. 반면 부가가치세와 개인 소득세 비율은 각각 0.7배에 그쳤다. 수치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부가가치세와 개인 소득세를 조정해야 한다. 두 세금은 대상자가 전 국민이기 때문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이럴 때 손해를 보고도 타협점을 찾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그런 지도자는 박정희 대통령뿐이었다. 그와 함께 공동체를 생각하는 국민이 지금의 이 나라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쉽게 몰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의 말과 행동에 놀아나지 않는 수많은 바보가 있기 때문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