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한국·일본·미국에서 살면서 느낀 차이점”

3406 2021. 12. 29. 11:17

“일본에 체류할 때 일이다. 구입한 TV 배송 날짜를 바꾸려고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극도로 공손하고 상냥했다. 하지만 요청은 정중히 거절했다. 방침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한국에서는 각별히 친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날짜는 바꿔줬다. 한국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약속 변경이 가능하다. 융통성은 있다. 게다가 신속히 처리한다. 모든 것이 빨라서 살기에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 머물 때는 통화조차 해보지 못했다. 자동응답기가 하염없이 기다리게 했다. 30분 정도는 다반사였다.”

 

한국·일본·미국에서 살아본 한국 언론사 특파원이 술회한 경험담이다. 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가 코리아헤럴드에 이런 내용을 인용한 글을 기고했다.

 

“3국의 근본적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어서 웃음이 났다. 정말로 일본인들은 정중하고 친절하면서도 모든 일을 규칙대로 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행위는 빈축을 산다. 한국에선 늘 원칙대로 사는 것은 아니어서 유연성은 있다. 그런 탄력성이 문제를 일으키곤 하지만 일상생활에 편리하기는 하다. 모든 것이 신속해서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어떤 외국인들은 그런 점이 좋아 한국에 더 오래 머물기도 한다.

 

미국은 느리다. 운전면허증 발급을 신청하면 한 달 후에나 우편으로 받아보게 된다. 한국에선 10~15분 내에 처리된다. 내 미국인 친구는 집 페인트칠을 의뢰했는데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서재의 전기 문제를 수리하는 데는 3개월 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이라면 전화를 받자마자 왔을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살던 1970년대 미국은 진정한 선진국이었다. 감탄스럽고 훌륭했다. 합리적이고 타당했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나도록 변한 게 별로 없다. 다른 나라들은 초고속 전자 시대에 맞춰 급속히 변화해왔는데, 한때 효율적이고 흠잡을 데 없던 미국 사회는 비효율적이고 느려터진 존재가 됐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이런 비교를 통해 우리는 많은 흥미로운 사실을 배우게 된다.”

윤희영 에디터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