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선진국의 조건(2)
매일경제가 임인 년 화두로 '이젠 선진국이다'를 선정하면서 사회 지도층 20여 명을 인터뷰했다. '한국은 선진국인가'라는 물음에 "몸은 선진국인데, 머리는 중진국"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경제 규모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데 신뢰와 시민의식 등 정신적 성숙이 덜된 상태라는 얘기다.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가 튼튼할수록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 일본계 미국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한국을 저신뢰 사회로 분류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저력을 스스로 폄훼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두레, 계, 품앗이 등 국민이 협력해 상호 신뢰와 공동체 결속을 이끌어낸 역사적 사례가 적지 않다.
신뢰 자본을 축적하고 국민 의식을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논의가 수반되겠지만 진정한 선진국을 원한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차기 대통령이 '최고갈등조정책임자'가 돼 사회적 갈등을 관리할 국가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면 어떨까. 국민 간 마찰을 해소하는 대원칙을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최고 권력자가 정권 초부터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교육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갈등 조정의 방법을 습득하는 선진시민교육이 일선 학교에 충분히 접목돼야 한다.
여야 4당 대선후보들이 첫 TV 토론에서 연금개혁에 한목소리로 동의한 것처럼 교육개혁에도 힘을 모았으면 한다. 자녀 세대를 멋진 지성인으로 키울 교육체계를 부모 세대가 만들어주는 것, 선진 한국을 앞당길 어른들의 책무다.
유권자들은 대선후보들이 그런 각오를 갖고 있는지 남은 대선 일정을 통해 면밀히 따져봤으면 한다. 한국을 고신뢰 사회로 이끌 반전의 계기를 이번 대선에서 찾을 수 있다면 우리에겐 국운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 황인혁 경제부장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