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쉴드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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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20여 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문 대통령은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야당 후보와 1대1로 맞서면서 대선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란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 되는 데 문 대통령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윤 후보에게 과잉 반응을 보인 이유는 두 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관망하는 친문(親文) 표를 몰아줘 기울어가는 선거판을 반전시키려는 속셈이 깔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논란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이 부적절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남북관계까지 선거에 끌어들였다. 대선에서 극도로 발언을 자제한 역대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언행이다.
정권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 문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 정권에 대한 차기 정부의 수사에 미리 '정치 보복' 프레임을 씌워 차단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있다. 일찌감치 실드(shield·방패) 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윤 후보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이라고 한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패가 얼마나 튼튼할지 두고 볼 일이다.
오피니언/ 이대현 논설위원 sky@imaeil.com 2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