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인사’ 정치 타락의 극치
이 불륜(不倫)은, 정권 초에 하면 ‘낙하산’이라 하고, 정권 말에 하면 ‘알박기’라고 한다. 자신이 하면 국정철학이 같아서 했다고 하고, 남이 하면 돈에 눈이 멀어 했다고 비난한다. 권력이 자신의 못난 자식들을 좋은 자리에 앉히려는 불륜이 40년째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능력으로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 힘든 사람일수록 정치적 불륜에 목숨을 건다. 선거 승리를 취직 기회로 삼는 생계형 정치인, 권력에 몸을 바친 대가로 보상을 받는 관료, 진영 논리에 박수친 후 잔칫상을 요구하는 과객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알박기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초 1년4개월 동안 이미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365명을 투하했고, 정권 말기인 지금 다시 알박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국마사회 등 공석이 생기는 공공기관의 수장이나 감사 자리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을 투입시켰다.
알박기와 낙하산의 대상으로는 공공기관이 인기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에는 350개의 공공기관이 있는데, 여기의 임원 자리가 4000여 개다. 평균 연봉은 1억8000만 원인데, 큰 곳의 평균 연봉은 2억1500만 원이다. 승용차와 비서, 운전기사를 제외하고도 그렇다.
우선, 임기 말의 현 정부는 알박기를 중단해야 한다.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오기를 부리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그렇다고 현 정권이 알박기를 중단하면, 새 정권의 낙하산은 괜찮을까? 보장할 수 없다. 윤석열 새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알박기와 낙하산의 ‘다람쥐 쳇바퀴’는 반복될 것이다.
공공기관의 인사 절차는 복잡하게 바뀌었다. 그러나 권력의 개입과 후보 내정의 관행은 여전하다. 국민적 여망을 투영시킬 시스템이 약하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단순히 알박기 중지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현재보다 발전된 시스템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성이 있다.
(중략) 일반 공무원에 대해서는 인사혁신처가 있지만, 공공기관의 인사는 사각지대에 있다. 알박기와 낙하산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기회를 빼앗는 동시에, 먹잇감이 되는 공공기관을 부실화한다. 이를 개혁하면 투명한 일자리에 도전하는 수많은 국민이 웃을 수 있고, 43만 5000명 고용에 545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공공기관도 활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20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