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 중대범죄 공백이 개혁인가”(2)
한 부장판사는 “한국에서는 ‘수사 지휘’라는 표현을 마치 검찰과 경찰 사이의 밥그릇 싸움인 양 잘못된 전제하에 정치적 논쟁이 이루어져 왔고, 그 결과 2021년부터 시행된 개정법(검경 수사권 조정)은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한 수사권행사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유명무실화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에 따라, 경찰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사 인력으로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그 공백을 매워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 결과는 이미 증거 기록의 부실화로 일선 재판 현장에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여기에 더해 이번 (검수완박) 법 개정으로 종전 개정에 따른 제도의 공백을 메워오던 검찰의 보완 수사마저 제한하거나 차단하고, 검사의 직접 수사 자체를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손발을 잃은 검사의 기소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권한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 부장판사는 “국가수사권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사 가능케 제한한 죄형법정주의하에서 기소 여부에 대한 검사의 법률 판단에 얽매이지 않는 제약 없는 경찰 수사를 가능케 하는 것, 지도도 고삐도 없는 수사권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세상에 풀어놓음과 동시에 종래 검찰이 책임져왔던 권력자들의 중대 범죄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야기하는 것, 그들은 이것을 ‘개혁’이라 부른다”며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민주당 등을 비판했다. 그는 “그 괴리 속에서 발생할 혼란의 결과는 온전히 국민이 부담할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함에 있어 의결을 위한 필수 행위인 입법 조사 등 심의 과정 일체를 국회와 긴장 관계에 있는 다른 기관에 뚝딱 떼어 넘겨버리고 국회는 그 심의과정에 관여하거나 지시도 하지 말고 의결만 하라고 한다면, 입법권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라며 “거꾸로 질주하고 있는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이 부디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본지 통화에서 “내 입장은 기고문 글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이정구 기자 입력 2022.05.02 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