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대한민국 국회, 국민에 희망을 못 주나(2)

3406 2022. 5. 12. 10:54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시대에 직업으로 분화한 정치인의 자질을 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합법적인 권력이 지닌 양면성이었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국가권력은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모든 폭력성에 잠복해 있는 악마적인 힘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고 갈파했다. 국회의원이 입법 권력을 행사하며 국가운영에 참여하지만 “대의를 위해 권력을 추구하지 않고 자기도취를 목표로 하는 순간, 정치가 직업이 지닌 신성한 정신에 대한 배반이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검수완박' 사생결단 싸움

 

대선이 끝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까지 여야는 양보 없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다투다가 이내 ‘검수완박'의 사생결단 싸움으로 확대됐다.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 위장 탈당,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키려는 회기 쪼개기 등이 난무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청문회다. 인사청문회법 6조에는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법을 만드는 의원들은 법을 지키는 데 관심이 없다. 욕 먹는 데는 이골이 나다시피 한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다. 이런 강심장도 없다. 여야 의원들은 툭하면 원수처럼 싸우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공통된 이익을 위해서는 항상 똘똘 뭉친다. 역시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인 모양이다. 국회의원들은 집단으로 욕을 먹으면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죽하면 의원들은 본인 사망 부고(訃告) 외에는 신문과 방송에 나올수록 인지도가 높아져 좋아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우리 속담이 맞는 걸까. 2011년 김종인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교수팀의 연구 발표가 새삼 눈길을 끈다. 최근 10년간(2001~2010년) 11개 직업군 중 정치인의 평균 수명은 79세로 종교인에 이어 2위였다. 신문에 나온 부고 기사를 토대로 나온 자료여서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추세는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앞으로도 장수를 누리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강원일보 권혁순 논설주간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