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감 제도 대수술해야(2)

3406 2022. 5. 23. 12:13

교감이나 교장이 되려면 교육청 장학사나 장학관부터 거쳐야 한다. 장학의 본질은 교사를 도와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지만,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교육감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교육청 직원은 수백 명에 달하지만, 학교 행정실에는 고작 서너 명이 근무한다. 교육 행정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인력 배치다.

 

교육감은 교육 정책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자율형사립고, 학업성취도평가, 교장공모제 실시까지 굵직한 정책을 좌우한다. 견제 받지 않는 교육감이 정치색을 띠고 이념을 앞세우면 학교의 교육력이 약해지고 교육은 왜곡된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감 권한을 학교 시설, 안전, 비리 감사, 학교 간 협력 사업과 갈등 조정, 우수 사례 발굴 및 공유를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예산과 인력은 학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실보다 학교 행정실의 교육지원 인력이 많을 때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 있다. 교육자치의 수준도 생각해 볼 때다. 일반 자치는 광역과 기초 자치로 권력을 분산하고 겹겹의 민주적 통제 장치를 갖췄지만, 교육은 광역 단위에서만 교육감을 선출한다. 고양, 용인, 창원 같은 기초지자체는 인구 100만 명이 넘어도 교육자치권이 없다. 교육에 대한 시민 통제를 강화하고 현장 중심 교육 행정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기초지자체 수준의 교육자치를 검토할 만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다. 지방선거가 한 주 남짓 남았다. 대선 후반전이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교육감선거는 여전히 ‘깜깜이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으로 뭉친 소수 집단이 조직력을 발휘하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구조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교육은 국가의 정책 의제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내 자식의 진학, 입시, 과외 문제만 신경을 쓸 뿐,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있다. 정치에 물들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교육계에 염증을 느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주민 참여를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시급히 추진할 과제다.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감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동아시론,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22.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