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한 민주당이 새겨야 할 네 가지 (2)
권혁순 논설주간
선거는 민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국민은 선거 승패를 보고 속 시원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했나’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이런 걱정이 모이면 다음 선거에선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곤 한다. 그것이 민주국가에서 이어지는 승패 교대의 선거 역사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산사태가 제대로 나야 한다. 쏟아질 흙더미는 다 쏟아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흙더미가 산 위에 남아 있으면 다음 선거에서 또 쏟아진다. 지금 6.1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더불어민주당은 쏟아지는 흙더미까지 막겠다며 버티고 서 있다. 20대 대통령선거에 이어 6·1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탈(脫)이재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명(반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을 망친 사람이 전당대회에 나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져야 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 리더십을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맞서고 있다. 국가 미래를 위해 좋은 야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청년층 좌절 유례가 없어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6.1지방선거 이후 보인 행태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체감하는지는 모르지만, 불공정과 특권에 대한 국민의 비판의식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엄정해졌다. 게다가 집값 폭등과 일자리 고갈, LH사태 같은 만연된 공공비리 등에 따른 청년층의 좌절과 분노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증폭된 상태다. 국민이 내일이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비전을 갖지 못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 일을 어물쩍 넘기려는 건 바보짓이다.
민심이 거부해 6.1지방선거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더불어 민주당은 네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선거에서 졌다는 사실을 진정성 있게 인정해야 한다. 둘째 그 패배가 전적으로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걸 국민에게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셋째 잘못된 부분을 원상회복해야 한다. 넷째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카타르시스가 되고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겸손해야 한다.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다.
강원일보 22. 06. 08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