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율 추락 세 가지 이유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지지율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필요한 것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12일 유가 폭등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진 데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치솟던 미국 유가는 떨어지는 중이지만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는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두고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물가 급등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 원인을 바이든 대통령 리더십에서 찾아보면 크게 세 가지를 꼽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갈수록 심해지는 ‘남 탓’이다. 물가가 급등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고 답할 만큼 미국인의 삶이 팍팍해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진보를 이뤄냈다”며 연일 자화자찬이다.
그런 경제성과를 왜 보통 미국인은 체감할 수 없느냐고 물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前)정권을 보라”고 답한다. 그는 6일(현지 시간) 연설에서도 “전 정권은 대공황을 맞은 허버트 후버 정권 때보다도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전 정권을 탓하기 어려운 물가 급등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때문”이고 진척이 없는 대선 공약은 “공화당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낮은 지지율에 대한 대답이 궁색해지면 “팬데믹으로 미국인이 우울해졌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내 눈의 들보’는 못 본 체하며 전 정권 탓, 러시아 탓만 거듭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감은커녕 비호감을 부르고 있다.
자타 공인 외교전문가 바이든 대통령이 참모들의 거듭된 고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유럽 문제에 집중하면서 정책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된 것도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부통령을 지내며 유럽 문제를 주로 다룬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같은 산적한 국내 이슈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선 ‘미국인이 얼마나 고(高)유가를 견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이기지 못할 때까지”라고 말했을 정도다. 민주당과 백악관에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낙태, 총기 사고 같은 국내 이슈에 집중하라고 거듭 요청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강점인 외교에 치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낙태권 강화에 대해서는 연방대법원 판결 검토 초안이 유출된 지 두 달이 지난 8일에야 첫 조치를 내놨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주변 관리 실패다. 차남 헌터 바이든은 중국 및 우크라이나 기업과의 불법 거래 의혹 조사를 받고 있다. 차남이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로 의견을 나눴다는 의혹에 이어 헌터 전 부인 폭로 등이 이어져 공화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백악관은 해명 대신 무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백악관 참모 이탈도 심각하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한창 논의되던 때에 사임한 제재 담당 달리프 싱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신호탄으로 최근 워싱턴 외교가엔 NSC 중추들도 곧 그만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지지율은 국민 신뢰의 지표다. 한번 떨어진 신뢰를 끌어올리기는 지키기보다 어렵다. 취임 두 달 남짓 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40% 선을 밑돌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지지율 하락에서 반면교사 삼을 점은 없는지 되짚어 보길 바란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오피니언 22. 0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