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질서의 문화(2)
최정애 전남대 교수·소설가
독일에 오기 전 한국에서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충을 접한 적이 있었다. 편의점을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인 편의점은 코로나가 시작되며 비대면을 강점으로 더 활성화되었는데, CCTV가 담은 사람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소변을 보거나, 바닥에 토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영상이 공개되자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심한 댓글을 다는 이들이 있었다. 충고라기보다 혐오에 가까웠다. 자유를 악용하는 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댓글이 공감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완벽한 통제라는 게 가능하긴 할까.
한국에 있는 CCTV의 수를 많게는 800만대까지 추정한다. 대도시권이라면 한 사람이 열 걸음을 걸을 때마다 CCTV 화면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덕분인지 우리나라의 좋은 치안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CCTV는 사고의 완전한 목격자가 되어준다. 그런데 어째서 CCTV 문화가 이토록 발전했는지 생각해보자. 객관적인 상황 파악과 정확한 근거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문화 아닐까. 이를테면 그것은 사회적 신뢰의 문제, 개별적 자유에 대한 불인정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여전히 독일 사람들의 철두철미하고 비융통적인 사고방식에 혀를 내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코로나 시위라는 것이, 어쩌면 신뢰와 책임의 문화를 돌려달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벌린의 개념에서 소극적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적극적 자유로서의 행위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인정이라는 개념에서 또 다른 맥락의 자유가 아니었을까. 거리를 건널 것 같은 행인이 보이면 횡단보도가 아닌 곳이라도 무조건 정지하며 길을 건너라고 손짓하는 독일 내 운전자들의 습관을 지켜보며, 횡단보도 우회전 우선 정지를 위반한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는 한국의 뉴스를 다시 떠올려본다. 공동체 모두의 자유를 위해 개인의 질서와 책임을 강조하는 독일의 문화를 나는 그저 바라본다.
경향신문 세상읽기 22. 07. 23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