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대통령들의 ‘죄와 벌’, 그리고 국가의 미래(2)

3406 2022. 8. 18. 08:57

 

전성철 변호사,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재임 당시 문 대통령은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입법, 사법, 행정, 기업, 사회 단체 등 모든 분야에서 줄기차게, 과감하게, 그리고 일편단심으로 ‘진보 챙기기’에 매진했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법을 어기고 비틀고, 또 사실을 은폐·왜곡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많은 국민은 느꼈다. 울산 시장 선거 개입, 각종 인사 블랙리스트, 조국(曺國) 감싸기가 상징하는 온갖 종류의 ‘내 편 챙기기’, 사법 및 행정 절차의 위반과 왜곡의 사례들…. 한마디로, 그는 너무 자주 ‘정의롭지’ 못한 지도자였다고 많은 국민이 생각하고 있다.

 

진보는 문 정권이 그렇게 과감하게 챙겨주니 당연히 열광하고 환호했고 고마워했다. 그러고는 똘똘 뭉쳤다. 보수는 당연히 분노했다. 참다 못해 수십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에 반사적으로 진보도 뛰쳐나간 것이다. 만일 코로나가 없었다면 그 거대한 군중 집회는 수십 차례 계속되었을 수도 있다. 결과가 어땠을까? 등골이 오싹해진다.

 

진보는 전체적으로 문 정권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지만, 사실 훨씬 많은 것을 잃었다. 즉, 진보 전체의 이미지에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대가를 치렀다. ’정파’라기보다 도리어 ‘떡고물 챙기는’ 데 더 집중하는 집단이라는 인상을 많은 국민에게 남긴 것이다. 해방 후 민주주의와 ‘약자’를 위해 열심히 투쟁해 온 수많은 건강한 진보에 피해를 준 셈이다.

 

나는 진보 정당 후보로 총선에 2번 출마한 경력이 있다. 당연히 진보에 비우호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진보와 중도, 보수, 그리고 타락해버린 진보 등으로 쫙 갈라진 나라를 심하게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 발전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은 본래 건국 후 거의 100년간 보수가 판치는 나라였다. 그러다 20세기 들어 훌륭한 진보 대통령들이 나오면서 바뀌었다. 바로 루스벨트, 케네디, 오바마 대통령 같은 리더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법과 원칙의 준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일관되게 호소했다. 그 호소는 많은 국민의 진정 어린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가장 큰 수혜자가 ‘약자’들이었다. 이를 통해 국민은 더 통합되었고 나라는 발전했다. 이런 것이 바로 약자를 사랑하는 바른 방법이다. 문재인 정권의 ‘오염되고 오도된’ 약자 사랑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우선적 과제는 무엇인가. 심하게 쫙 갈라진 국민을 다시 통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 역사가 가르치는 바를 따라야 한다. 바로, 대통령들의 ‘죄와 벌’을 확실히 따지는 것이다. 이것이 나라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 당연히 이 원칙은 전(前) 대통령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자신에게도 똑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칼럼 22. 08.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