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꾸며진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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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28. 11:18
러시아의 한 귀부인이 유명한 오페라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극 중에는 주인공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고생을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귀부인은 그 장면을 보다가 그만 울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은 그 귀부인을 보며, ‘동정심이 많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귀부인이 안에서 오페라를 보고 있는 그 시간, 극장 밖에서는 귀부인을 태우고 온 마부가 추위에 떨고 있었다. 조그만 배려를 해줬다면, 극장 안에서 몸을 녹이며 기다릴 수도 있었겠지만, 부인은 마부에게 그냥 길 위에서 기다릴 것을 명령했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 이야기를 두고 인간의 ‘연극적인 감수성’이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연극적 감수성이란 먼 아프리카나, 연극이나 드라마 같은 허구의 대상에게는 깊은 동정심의 마음을 가지면서 정작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는 냉담한 사람들을 평하는 말이다.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당장 신경을 쓰는 것이 정말로 필요한 일이다. 멀리 일어나는 참혹한 일들에 비해서 주위 일들은 소홀히 생각하지 않는지 반성해 보자.
손이 닿는 거리의 사람들부터 신경을 쓰도록 하자.
김장환 큐티365 나침반출판사
“그림자를 잡느라고 실물을 놓치지 말라. (영국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