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내 등에 업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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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4. 09:51
“월천꾼(越川軍)은 섭수꾼(涉水軍)이라고도 한다. 길손을 등에 업거나 목말을 태우고 시내를 건네준 뒤 품삯을 받았다. 가마나 무거운 짐도 옮겼다.”
강문종 외 3인 공저(共著) 《조선잡사》(민음사, 70쪽) 중에 나오는 구절.
<조선잡사>를 보면, 조선의 소소하고 작은 직업들이 나온다.
냇가에서 사람을 업어다 건네준 월천꾼, 기근 질병으로 길에서 죽은 시신을 묻어 준 매골승, 군대를 대신 가주는 대립 군 등 ‘극한 직업’들 외에 시장, 뒷골목, 술집, 때로는 국경에서 바다 속까지 오가며 치열하게 먹고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중에서 월천꾼은 중국, 일본에서도 널리 활용된 서민들의 발이었다.
“월천꾼은 평소 생업에 종사하다가 여름철 시냇물이 불어난 때나 얼음이 단단하게 얼기 전과 녹기 시작하는 대목에 주로 일했다. 거센 물살과 차가운 물을 이겨 내야 했던 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늦은 밤 강가에서 월천꾼을 찾는 사람이 많았으니 사람이 많이 건너는 냇가 길목에서 고객을 기다렸을 것이다....” (70쪽)
사람들을 등에 업고 불어난 냇물을 건너는 월천꾼은 그저 허드렛 잡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던 기둥이었다. 산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산비탈들이지 산꼭대기가 아니다.
(옮겨온 글)
“직업은 천한 것이 없다. 사람은 천한 사람이 있다, (프랑스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