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은혜 때문에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할 만한 영웅으로 오자서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초나라 평왕의 충신으로 못난 왕과 간신의 흉계에 걸려 목숨을 잃은 오사의 둘째 아들이다. 밑이 구린 평왕은 자서마저 제거하기 위하여 그를 잡아 주는 사람에겐 5만 석의 곡식을 주고 오늘날 장관에 해당하는 상대부 벼슬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오자서에게 경천위지의 재주가 있고 날개가 달렸다고 할지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위기다.
이런 오자서가 요행으로 소관이라는 국경 검문소를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 안심은 금물이다. 초나라를 완전히 벗어나려면 눈앞에 놓인 강을 건너야 했기 때문이다. 갈대밭에 숨어서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는 한 어부의 도움으로 강을 무사히 건널 수가 있었다.
자서는 자기의 생명을 구해 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차고 있던 전가의 보도를 어옹에게 끌러 주었다. 어부는 한사코 받기를 거절하면서 내 듣건대 당신을 잡아 바치면 초나라 임금이 5만 석의 곡식과 상대부의 벼슬을 시켜 준다고 합디다. 그 엄청난 상급도 초개같이 여기고 당신을 도강시켜 주었는데 어찌 이 따위 칼을 받겠소. 라고 말한다.
자서가 어옹을 떠나면서 만약 뒤쫓아 오는 군사가 있거들랑 이 몸의 종적을 누설하지 말아 주시오라고 한마디 당부를 했다. 이 말을 들은 어부는 난 순수한 마음으로 그대를 구했는데 그대는 아직 나를 믿지 못하니 만약 그대가 붙들리면 당장 나를 의심하지 않겠소. 내 당장 이 자리에서 그대의 의심을 풀어 주리다, 라고 하더니 곧장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죽어버리고 말았다.
훗날의 일이다. 자서는 오나라의 왕 합려에게 발탁되어 초나라를 쑥밭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깨끗이 복수한다. 이어서 그는 망명생활을 할 때 자기를 괴롭힌 정나라마저 징벌하기 위하여 군대를 그리로 향했다. 약소국 정나라로서는 국가 존망의 위기를 당한 것이다. 이에 정 정공은 만약 오자서를 자기 나라에서 물러가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나라를 그 사람과 함께 다스리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날이다. 정나라에 초라한 어부 한 사람이 나타나 오자서의 군대를 물리치겠다고 장담한다. 옛날 악저 땅에서 오자서를 구출해 주고 죽은 어장인의 아들이다. 그는 오자서를 찾아 가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를 봐서라도 정나라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사정했다. 이에 남다른 의리의 사나이 오자서는 즉각 군사를 거느리고 정나라에서 철수했고 어장인의 아들은 정나라에서 준 사방 백리 땅의 주인으로 살았다고 하는데, 오늘날 진이라는 지방과 유라는 지방 사이에 있는 장인촌이 바로 그곳이라고 한다.
(옮겨온 글)
“은혜를 감사하는 것은 덕의 가장 작은 것이고, 은혜를 잊는 것은 부덕(不德)의 가장 큰 것이다. (영국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