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추천사

3406 2022. 11. 16. 11:32

백영옥 소설가

 

책을 쓰면 추천사를 부탁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추천사를 청탁받을 때가 종종 있다. 대개 책 홍보에 필요한 추천사지만 아주 가끔 난감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추천사를 쓸 자신이 없어질 때인데 결국 완곡하게 고사한다. 추천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문화 예술계에선 책과 영화, 전시, 공연, 여행지 등이 대상이다. 나는 쏟아지는 영화와 책, 공연을 전부 찾아볼 수는 없어서 안목이 뛰어난 지인들에게 추천받을 때도 많다.

 

새로운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주로 맛집 추천을 받는다. 긴 줄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매몰 비용’은 미각을 돋우는 향신료 역할을 한다. 특히 맛집이라는 식당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사인과 추천 문구가 많이 보인다. 언제가 방송인 신동엽이 맛집 추천에 대해 하는 말을 들었다. 연예인 입장에서 식당 주인이 간절히 원하면 사인을 안 해줄 수가 없는데, 특히 맛이 별로면 정말 난감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마다 입맛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진짜 맛있는 집이면 “제 입맛에는 진짜로 맛있네요!”라고 쓴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처럼 입맛은 취향 문제라 정답이 없다. 그러므로 그가 쓴 추천의 말은 옳다.

 

추천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 소감이 떠오른다. 자신을 추대한 사람들에게 “저같이 모자라는 사람을 교황으로 뽑아준 분들을 주님께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고백한 그가 아닌가. 얼마 전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소개를 주선한 커플이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오히려 내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추천은 어렵지만 특히 사람 추천이 가장 힘들다. 사람은 변하기 때문이다. 변해서 좋은 것과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것 중, 어느 쪽이 더 좋을까. 내 경우, 사람이라면 시간에 마모되듯 부드럽게 변해가는 사람에게 끌린다. 맛집이라면 변하지 않는 한결같음이 훨씬 더 미덥다. 역시 추천에는 정답이 없다.

{백영옥의 말과 글} 2022.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