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과 건축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노자는 "二生三,三生萬物"이라고 했는데, 이는 二가 三을 만들어내고 三이 더 많은 사물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따라서 三은 '많다'를 나타낸다.
우리는 "더도 덜도 말고 꼭 세 번"이라는 삼세번을 즐겨 사용한다. 매일 먹는 삼시세끼, 민속놀이 씨름의 승자 결정만 봐도 그렇다. 가위 바위 보를 하더라도 꼭 삼세판을 해야 공정하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또 어떤 일이든 삼년을 하면 지식과 경험을 갖는다는 뜻으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와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표현한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 3대를 거쳐 거지 집안과 부자 집안이 없다는 뜻인 "삼대 거지 없고 삼대 부자 없다"라는 속담 등도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숫자 3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화·균형·완벽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체의 고정을 위해 제자리에 설 수 있는 최소의 다리 개수는 세 개다. 화로, 냄비 등을 받치기 위해 사용되는 삼발이, 망원경·사진기를 올려놓는 용도로 쓰이는 삼각대가 그 예다. 특히 한국의 대표 운반기구로 손꼽히는 지게 또한 다리가 세 개다.
운동 분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김연아 선수가 달리면서 몸을 날리는 트리플 악셀, 3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트리플크라운(3관왕)이라고 칭한다. 야구에서 타자가 단일시즌에 타율·홈런·타점 등 3가지 타이틀을 보유할 때도 트리플크라운이라고 부르며, 골프에서는 3종류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는 경우 사이클 버디라 부른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3으로 전체가 이뤄진 경우가 많다. 우리 국방은 육군·해군·공군으로 구성됐고, 정치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로 분류돼있다.
그렇다면 건축에서도 3요소가 있는지 알아보자. BC 25년경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에서는 건축의 3요소를 편리함, 튼튼함, 기쁨이라고 정의했다. 현대에 들어선, 이탈리아의 건축구조가 피에를 네르비가 '구조·기능·미'라고 정리했다. '구조'는 구조적으로 안전해야 하고 '기능'은 기능적으로 실용성이 있어야 하며 '미'는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의 구조물은 원래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프랑스가 독일에게 패한 치욕을 만회하고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1889년 파리 엑스포에 상징할 만한 기념물로 전시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에펠탑은 한 변의 길이 125m, 높이 300m를 자랑하는 철탑이다.
지금의 에펠탑은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명한 관광명소이자, 구조의 미를 살린 대표적인 건축물이 됐다.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밧새의 아폴로 에피큐리우스 신전은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등 3가지 그리스 건축 양식이 하나로 결합돼있다는 점에서 대담하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는 미완성 상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명한 건물이자 '신이 지상에 머물 유일한 거처'로 표현되는 가우디의 성가족성당이 있다. 백미는 가우디의 건축물에는 아치형 다리가 거꾸로 매달린 듯한 형태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쇠사슬을 묶는 고정점과 길이, 무게라는 3가지 요소를 고려해 가장 능률적인 아치 형태를 거꾸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가우디는 설계에만 10여 년의 시간을 바쳤다 한다. 지금은 구조학적으로 힘이 갖는 3가지 특성 '크기·방향·작용점'을 적용한 구조계산을 컴퓨터로 응용해 건물 설계에 적용한다.
3은 행운의 숫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건축 3요소, 음악 3요소, 국가 3요소, 색의 3요소 등 3을 붙여 가치를 높이고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류경제도시 대전에도 계묘년 2023년 새해를 맞이해 3이란 숫자의 행운이 깃든 명품건축물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전문인칼럼]대전일보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23.02.15.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