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내로남불’ 탈출법

3406 2023. 7. 24. 09:59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지난 정권 때 극에 달한 ‘내로남불’을 다른 말로 하면 공(公)의 상실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한 마디로 공이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김남국 사태’가 한창이다.

 

아직 사건 실체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김남국 본인은 잠행(潛行) 중이라 이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사안이 워낙 폭발력이 강한 때문인지 이번 일은 조국 사태 때와는 달리 내로남불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김남국 ‘실드치기’에 나섰지만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같은 당내에서도 반응이 차갑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눈길이 가는 인물은 단연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다. 사실 김 의원은 조국 사태 때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조국 전 장관을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지키려 했다. 그래서 당시 내로남불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 김 의원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건 초기부터 김남국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김남국 의원을 감싸려는 소위 ‘개딸’ 세력, 나아가 그 세력을 비호하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까지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민주당 내 건강한 목소리라 반갑기까지 하다. 이런 자기성찰과 자기비판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늘 살아있어야 한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 했지만 김종민 의원이 보여주는 이 같은 행보가 우리 정치를 병들게 하고 있는 내로남불을 무너트리는데 작지만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미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에서 내로남불을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전한 바 있다. 우리가 새겨듣지 않았을 뿐이다. “군자는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 좋다고 해서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사람이 나쁘다고 해서 그의 좋은 말까지 버리지는 않는다.” 이럴 때라야 공(公)은 조금씩 회복될 것이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185] 23.05.25. 전문가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