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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아이의 미래

3406 2020. 5. 4. 10:40

실200422         책과 아이의 미래


2011~2015년 사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1개국 성인 16만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국제성인역량조사의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이 16세였을 때, 집에 책이 몇 권 있었나요? 신문, 잡지, 교과서/참고서는 제외한 책을 대상으로 답해주세요’였다.

최근 조애나 시코라 등 국립오스트레일리아대학(ANU)과 미국 네바다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이것을 분석하였다. (‘공부하는 문화: 청소년기 책의 노출은 언어능력, 수리능력 및 기술문제 해결능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가구당 책 보유 규모는 에스토니아가 가구당 평균 218권으로 최고였고, 그 외에 노르웨이, 스웨덴, 체코가 200권 이상이었다. 반면 터키가 27권으로 가장 낮았고 한국은 아쉽게도 91권으로 책을 적게 갖고 있는 여섯째 국가였다. 전체 평균은 115권이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기 책에 노출되는 것은 인지능력 발전에 전반적 영향을 미치고 그 효과는 언어능력, 수리능력 및 기술문제 해결능력에 걸쳐 나타났다. 

65권 정도까지는 가파르게 인지능력이 상승한다. 그리고 대략 350권이 넘어서면 그 이후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까 책이 아주 많을 필요는 없지만 책이 거의 없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유사한 연구가 더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의 경제학자 조르조 브루넬로 등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책 보유량과 소득에 관한 분석을 시도했다. 2016) 이들은 2010년 유럽연합이 조사한 건강, 노화 및 은퇴 조사(SHARE)를 이용하여, 1920~1950년 사이에 유럽에서 태어난 남성 노인 6천명을 대상으로 살펴보았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소득이 높아지는 효과는 여러 연구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데, 이들의 연구에서도 학교교육을 받은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평생소득이 9% 늘어나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 효과는 균일하지 않아서, 청소년기에 집에 책이 전혀 없었던 그룹(10권 이하)의 경우 소득 상승효과는 5%에 불과했지만, 그보다 책이 많은 가정에서 자라는 그룹(11~200권)의 경우에는 이 효과가 21%에 이르렀다. 이것을 기초로 해서 이들은 교육 기간을 강제로 늘리는 의무교육 확대 정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세심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상의 두 연구를 보면 집에 책을 쌓아두는 것은 허영 이상의 효과가 있다. (한겨레 /신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