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험난한 하산 길

3406 2021. 3. 19. 10:32

(전략)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어느덧 1년 남짓 남았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0% 안팎으로 전임 대통령들보다 견고한 편이다. 하지만 그 앞에는 험난한 하산길이 놓여 있다. 지난 4년 동안 문 대통령의 청와대와 정부는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조장할 때가 많았다. 정권에 불리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덮거나, 공약을 내세워 월성 1호기 경제성을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독한 편 가르기, 독단적인 입법 같은 반민주적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리는 이 정부 들어 대통령에게 직언하기보다는 충성심만 내세워 승승장구한 참모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과 능력보다는 줄 서는 기술이 더 강조됐다. 정말 제대로 된 LH 사장이었다면 직원들의 말도 안 되는 일탈을 그대로 내버려 뒀을까.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이 어두워진 탓 아닐까. 이런 풍토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한 번만 생각해 봐도 명백하다.

 

문 대통령의 취임 첫날(2017년 5월 10일) 행보는 진영을 떠나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멋들어진 취임사와 함께 낮은 자세로 정치권·언론·국민과 소탈하게 소통하려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날뿐이었다. 이 정부 들어 공정은 곧 불공정을 의미했다. 통합과 공존 대신 분열과 유아독존이 판을 쳤다.남은 1년 임기 동안만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취임사 다짐처럼만 하면 된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퇴임 후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은 데자뷔였다. 우리는 이런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는 비극을 지금, 여기서 끝내야 할 것이다.

(한경환 총괄에디터/ 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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