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얼굴만 바뀌는 내각·靑 개편, 임기末 걱정된다

3406 2021. 4. 23. 11:19

문재인 정권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수렴해 1년 남짓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려면 대대적 쇄신은 필수다. 경제와 외교·안보 등 잘못된 정책 방향을 과감히 바꾸고, 청와대와 내각의 친문 일변도 인물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고 했던 취임사의 약속을 한 번이나마 지킬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16일 내각·청와대 개편 하마평을 보면 그런 기대는 허망하게 날아간다. 그간의 문 대통령 동향을 보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임기 말 혼란과 국정 표류가 예상된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명되고, 국토교통·산업통상자원·고용노동·과학기술정보통신·해양수산부 장관이 바뀐다고 한다. 최재성 정무수석비서관을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으로 바꾸는 등 청와대 일부 개편도 있다. 직전 국회의장을 총리로 삼은 것부터 잘못이었다. 삼권분립을 해치는 것은 물론, 대선용 행보도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장관도 대선후보군이어서 얼마나 총리직에 있을지 의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책은 그대로 둔 채 몇몇 고위 공직자 얼굴만 바꾼다는 사실이다. 경제 정책 실패의 총책임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임부터 그렇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부동산 분노가 폭발하자 여당 측 압박에 밀려 마지못해 미리 변창흠 국토부 장관 경질 방침을 밝혔지만 주택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의 초등·중학교 후배가 정무수석이 된 것도 정실로 비친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를 보더라도 국회 운영과 입법 폭주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국정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는데, 이번 인사를 보면 남은 임기도 캠코더(캠프·코드·민주당)에 기대는 국정 운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해를 떠나 대한민국 앞날이 걱정이다.

(문화일보 사설 21.04.16)

'실로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기로운 위기 사용법 (1)  (0) 2021.04.24
자녀의 경제 교육  (0) 2021.04.24
순록의 태풍  (0) 2021.04.23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0) 2021.04.22
코뿔소와 할미새의 공생  (0) 202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