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與, 더 이상 개혁을 희화화 말라(2)

3406 2021. 9. 10. 10:15

지난해 6월 여당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한 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소관 문화체육관광위에선 이 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았다. 올 2월 문체위 소위에서 이 법안이 상정됐을 땐 오히려 여당 의원들이 “가짜뉴스를 확실히 규정하기 힘들다”며 반대했다. 나중에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같은 당 이상직 의원 정도가 이 법안을 지지했다고 한다. 당시 자신을 겨냥한 언론의 비판 보도에 민감했던 탓이다.

 

여당은 이렇게 하자 많은 법안을 왜 이 시점에 밀어붙였을까. 우선 소관 상임위원장이 야당에 넘어가기 전에 법안 처리를 끝내야 한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또한 임기 말 대선정국과 대통령 퇴임 이후라는 시기도 의식하지 않았을까. 집권세력과 비판 언론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젠 웬만한 국민들도 그 정도의 정치 감각은 갖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개혁이란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가릴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개혁의 길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추진 동력이 생긴다. 그러나 여권은 180석의 완력을 이런 민의로 잘못 읽었다. 여권의 일방통행은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 역풍 때문에 1년 넘게 독식한 야당 몫 상임위원장을 결국 야당에 되돌려준 것 아닌가.

 

개혁의 대의가 여권의 무능과 아집을 감싸는 포장재로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개혁이 더 이상 희화화되어선 안 된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21.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