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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폭탄 발언 26년 ‘정치는 4류에서 G류로’ (1

3406 2021. 10. 25. 10:54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많은 분이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다.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중국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꼴찌는 3류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회장은 한국 정치를 3류도 아닌 4류라고 했다. 바닥보다 더 아래인 ‘지하’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화가 단단히 났다고 한다. 문민 정권 시절이었지만 군사 정권이 막 끝난 시점이어서 사회에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을 때였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까지 이 회장 발언을 못마땅해했다. 당시 야당 소속 한 의원의 반응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정부가 잘하는 것은 없지만 어디 기업인 따위가…”라고 했다. 아마 상당수 정치인의 생각이 비슷했을 것이다. 이 회장 발언이 전해지자 삼성그룹은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곧 닥쳐올 후폭풍에 전전긍긍했다. 실제 삼성이 당한 공격은 크지 않았지만 이 회장의 그 말은 ‘폭탄 발언’이라 불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회장은 고인이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류에서 1류로, 다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때와 지금의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액이 15배 늘어난 것보다 큰 것은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가 세계 5위라는 사실이다. 애플, 아마존, MS, 구글 다음이다.

 

지금 삼성전자의 위상을 설명하는 데는 단 한 장면이면 충분하다. 지난 4월 12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글로벌 핵심 기업들을 불러 직접 투자를 요청한 극히 이례적인 장면이다. 인텔, 마이크론, GM, 포드, 구글, AT&T 등 모두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이 자리에 삼성전자는 필참 기업이다. 빠진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그런 기업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제조 영업 비밀 침해 문제로 소송 중일 때 미국 백악관이 직접 조정에 나섰다는 후일담 역시 우리 기업의 현재 위상을 말해준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기술과 생산 모두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기업이라 해도 새로 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 조선 업체이고, 포스코는 10여 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 회사다. LG전자는 가전제품 세계 1위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5위다. 하나같이 놀라운 기록들이다. 국제 특허 출원 세계 2위가 삼성전자, 4위가 LG전자다.

양상훈 주필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