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8월 30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외항선원인 김정남(부산 27세)은 전날 밤, 태평양을 항해 중이던 나가라호에서 실족하여 바다에 빠졌다가 스웨덴 화물선 시타벨호에 의해 구조되어 미국 로센절레스항에 상륙된 것이다.
김정남은 전날 밤, 동료 선원 4명과 함께 갑판에 올라가 거나하게 술을 마셨는데, 어찌어찌하다 혼자 바다에 빠졌고,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배가 이미 어둠 속에 멀리 사라져버린 뒤였었다.
나가라호도 몇 시간 뒤에사 김씨의 실종을 확인하고 배 머리를 돌려 수색에 수색을 거듭했으나 그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파도에 떠밀려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그렇게 16시간 동안이나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손에 부딪치는 물체가 있었다. 그래도 악천후가 아닌 게 다행이었다. 얼핏 보아도 큰 거북이임을 알 수 있었다. 팔을 올려 보다가, 다시 상체를 올려 봐도 거북이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반신을 온전히 거북에게 맡기고 나니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거북이는 머리를 물속에 넣고 헤엄쳐 가다가는 이따금씩 머리를 치켜들고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러할 때 이제 살아나게 되나 싶어,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체념했던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
그렇게 거북이 등을 타고 두어 시간이나 족히 바다 위를 떠가고 있었던 같았다. 그렇게 가고 있는 동안 짙은 안개 층이 걷혀지게 되고, 차츰 먼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아, 저만큼 배 한 척이 지나가고 있었다. 김씨는 한쪽 팔은 거북이를 뻗어 안은 채 한쪽 팔로 힘을 다해 흔들어 댔다.
그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지, 드디어 배(시타델호)는 그를 발견하고 다가오고 있었다.
김정남은 눈물이 날만큼 고마운 거북이를 뒤로 하고 시타델호에서 내려주는 구명보트에 오를 수 있었다. 구명보트에서는 내미는 손을 붙잡고 갑판에 올라서서는 거북이부터 살펴봤다. 몸길이는 1m나 되는 듯한 데 새까만 등껍질의 무늬가 비쳐보였다. 그는 조금 피곤해 보였고 전신은 울긋불긋한 타박상 같은 상처투성이였다. 그래도 바닷고기에 물렸거나 쏘인 자국은 없었다.
김씨는 중학교 때 권투로 단련된 몸이어서 견뎌낼 수 있었는지, 그저 꿈만 같았다.
그는 또한 자기를 구해주고 치료해 주고도 그 배에서 떠나올 때, 160달러나 거두어주기까지 한 시타델호 선원들이 그렇게도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9월 1일 밤 비행기 편으로 그리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김씨의 어머니가 어느 절 방생법회 회장이었는데, 그 아들을 생각하며 방생을 많이 하고, 또한 거북이를 사서 숱하게 바다에 넣어주었다고 한다.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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