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너무나 뻔한 질병 조기 발견 요령

3406 2022. 1. 4. 21:34

미국의 한 대학병원 내과 병동에서 낙상 환자가 발생했다. 고령 환자가 복도를 걷다가 넘어져 대퇴골 골절이 생겼다. 환자 측과 병원 간에 낙상 원인 논쟁이 붙었다. 병원은 이 사고를 계기로 원내 낙상 발생 현황을 조사했다. 해당 병동에서 유난히 낙상 사고가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병원은 환자가 넘어질 뻔 했던 것까지 다 보고하여 통계를 취합했다. 그랬더니 해당 병동 금요일 오후에 유난히 넘어질 뻔 했던 사례가 많았다. 왜 그런가 봤더니 그 날 병동 청소를 맡은 요원이 바닥 물청소를 하고는 물기를 깔끔히 잘 딱지도 않았고, 바닥 물기 주의 표시판도 제대로 세워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낙상 사고도 금요일 오후에 일어났다.

 

이 사례는 병원 내 안전사고를 찾아내는 대표적인 방식이 됐다. 넘어질 뻔 했다는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그럴만한 개연성이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병원들은 넘어질 뻔 했던 경우 뿐만 아니라, 약을 잘못 투여할 뻔하거나, 수술 위치가 바뀔 뻔 했을 때도 죄다 보고해서 통계를 잡는다. 잘못이 일어날 뻔 한 경우를 영어로 니어 미스(near miss)라고 하는데 니어 미스가 쌓이면 진짜 미스가 일어난다. 한 번의 사고 뒤에는 10번 이상의 니어미스가 있었다는 이론도 있다.

 

사람 몸이나 질병도 그렇다. 최근 넘어질 뻔한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왜 그랬지 파악해야 한다. 근력이 떨어져 그럴 수 있고, 시력이나 균형 능력이 감소해 그럴 수 있다. 국물 음식을 먹다가 자꾸 사래가 든다면, 노화성 삼킴 장애 시작 신호일 수 있다. 고개를 너무 숙이고 식사를 하는 지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 들어 자주 물 잔을 엎을 뻔 했다거나, 젓가락질 하다 음식을 쏟을 뻔 했다면 초기 뇌졸중 징조 일 수 있다. 약속을 깜박 하거나, 핸드폰을 분실할 뻔한 일이 여러 번 생긴다면, 건망증 단계를 넘어 경도 인지장애 일 수 있다.

 

질병은 대개 미리 발생 신호를 보낸다. 그게 무엇을 할 뻔 했다 이다. 뻔한 얘기 같지만 ‘~뻔, ~뻔 신호’ 잘 잡아 조기에 질병 잡아내자.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1.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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