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선거 공식 뒤집은 ‘3S 대선’

3406 2022. 1. 12. 11:58

대선을 두 달 남겨두고 여야가 정보 기술(IT)과 2030세대 정서를 결합한 선거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 코로나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세(勢)와 조직, 지역’이란 기존 정치 공식이 깨지고, 소셜미디어와 세대 및 젠더 갈등이 선거 중심으로 떠오른 첫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과거 100만 광장 유세는 ‘600만 유튜브 유세’로 대체됐고, 수십조짜리 개발 공약보다 SNS에 올린 탈모 건강보험 지원과 여가부 폐지 공약이 더 이슈가 됐다. 후보들은 스스로 개그 소재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등 기술과 재미라는 요소가 정치의 조력자에서 중심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는 코로나로 대면 유세가 불가능해진 데다 2030세대가 정치적 캐스팅보트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40대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60대 이상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각각 쏠리는 가운데,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을 누가 잡느냐가 대선의 승패를 결정짓게 된 것이다.

 

과거에도 온라인이 선거에 끼친 영향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2년 대선 직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선 ‘드루킹 댓글 조작’ 파문 등 부정적 영향도 컸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IT와 소셜 미디어,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전략이 대선 판을 흔들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9일 지하철을 타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홍대까지 가는 모습을 유튜브로 생방송했다. 이 후보가 제안한 탈모 치료 지원 공약은 온라인상에서 “이재명은 심는 것”이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윤 후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딱 일곱 글자짜리 공약이었지만, 이대남(20대 남성)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최근 네티즌들이 질문을 하면 윤 후보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AI) 아바타가 바로 답변을 해주는 ‘AI 윤석열’도 선보였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혁신적인 정치 패턴이 나온 것”이라면서도 “정치가 희화화될 수 있다”고 했다. 자극적 소재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살 수는 있지만, 정작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연금 개혁, 가계·국가부채 문제, 미⋅중 관계 등 중요 정책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의준 기자 김승재 기자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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