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오비이락(烏飛梨落)

3406 2023. 2. 27. 10:40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로 조선 후기 학자 홍만종(洪萬鍾)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말이다. 얼핏 아무 연관도 없는 일로 인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빗댄 사자성어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 있다. 태공(太公)이 했다는 이 말은 ‘명심보감’에 실려 있는데 “(다른 사람의)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매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바로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두 성어는 흔히 억울하게 오해받는 사람을 편드는 식으로 사용되곤 한다. 지금 이재명 대표가 바로 그런 꼴이다. 자기는 잘못이 하나도 없고 우연히 자기 주변에서 온갖 부정이 일어났고 사람도 죽곤 했지만 그건 그저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이라는 식이다. 또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치긴 했는데 오이에 손대지 않았고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긴 했는데 자두에는 손대지 않았다”고 우겨대는 꼴이다. 마침 그가 신발 고친 자리에서 오이가 왕창 없어졌고 갓끈 고친 데서 자두가 대거 사라졌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 담긴 본뜻을 안다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오해를 피하라는 뜻을 넘어 다른 사람들 마음은 늘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항시 경계하라는 뜻이다.

 

이는 바로 공직자 윤리와 관련된 말이다. 공직이란 모두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짓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공직자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친명 좌장’이라는 정성호 의원이 이미 구속 수감 중인 김용, 정진상, 이화영 등 이재명 대표 최측근을 연이어 특별면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이들을 찾아가야 했을까? 이들을 찾아가서 했다는 말도 귀를 의심케 한다. “알리바이를 만들라.”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것도 오비이락인가?

[이한우의 간신열전] [174] 23.02.16. 전문가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