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공자가 노나라 정공(定公) 때 사구(司寇)가 되어 조정에 나아간 지 7일 만에 소정묘(少正卯)를 주살했다. 사구란 오늘날로 치면 검찰총장쯤 된다. 이 일은 사마천 ‘사기’에도 실려 있고 ‘순자’에도 나오는 것을 볼 때 실화인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사이비(似而非)를 가장 경계했다. 겉으로 번드레한 말과 행동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자가 사이비이다. 공자가 볼 때 소정묘가 바로 이런 사이비였다. 예나 지금이나 사이비는 말은 그럴싸하게 하면서 실천은 따르지 않는다. 위선(僞善)을 행하는 자가 대표적이다.
공자 제자들은 소정묘의 속을 읽어내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았기에 오히려 공자를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소정묘는 이름난 사람입니다. 선생님께서 정사를 맡으시고 가장 먼저 그를 처형한 것은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그 까닭을 말해주겠다. 사람에게 악한 것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도둑질[盜竊]은 그중에 포함되지 않는다. 첫째는 마음이 두루 통달해 있으면서도 음험한 것, 둘째는 행실이 편벽되면서도 고집스러운 것, 셋째는 말에 거짓이 있으면서도 그럴싸하게 말을 잘하는 것, 넷째는 알고 있는 것이 추잡스러우면서도 박식한 것, 다섯째는 그릇된 일을 일삼으면서도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다. 무릇 어떤 사람이 이 다섯 가지 중에 한 가지만 갖고 있어도 군자의 처형을 면할 수 없을 것인데 소정묘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사는 곳에는 따르는 자들이 모여 무리를 이루었고 그의 말은 사악함을 꾸며 여러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으며 그의 실력은 올바른 사람을 반대하면서 홀로 설 수 있는 정도였다. 이런 자는 소인들의 영웅[桀雄]이라 할 수 있으니 처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여당 쪽보다는 야당 쪽 사람들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사이비’가 그 당 공천 기준이었나 싶을 정도이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200] 23.09.07. 전문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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