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전철을 이용해서 가족송년회에 가는 길이었다. 우리 내외는 60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앞에 섰다. 몇 정거장 지나자, 아주머니가 아내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아내는 자신보다 연배 많은 이의 양보에 어리둥절했다. 몇 번 사양하다가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다음 역에서 옆자리 승객이 내리자, 아주머니도 앉았다. 나는 건너편 좌석에 자리 잡았다. 맞은편에서 보니, 아내와 아주머니가 대화하고 있었다. 아주머니와 헤어진 뒤 아내에게 “무슨 이야기를 그리 도란도란 했어요?”하고 물어봤다. 아내가 ‘왜 자리를 양보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분은 아내가 계속 허리를 만지고 있어 직감적으로 ‘허리가 아프구나!’ 했다는 거다. 사실,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심한 요통으로 병원과 한의원을 오갔으나 차도가 없어 힘든 참이었다. 지금은 좀 괜찮지만, 그분 또한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서, 그 고통을 잘 알기에 자리를 양보했다는 거다.
수개월을 고생한 아내는 신기하게도 그 만남 이후로 허리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귀인(貴人)’의 사전적 의미는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귀한 사람’인데, 그러나 나는 ‘그 아주머니처럼, 사소한 일이라도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사람’을 귀인으로 여기고 있다.
(출처; 좋은 생각, 김봉조)
허리 아픈 사람에게는 자리 양보가 어떤 것보다 더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나이 많은 사람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자리를 내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을까. 더욱이 허리 통증 때문에 고생했었다는 사람의 동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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