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2월 7일 11시, 당시 소련의 영토인 '아르메니아'에 지진이 감지되었다. 원래 지진이 많은 지역이어서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곧 일상으로 돌아가 일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였다. 30분 후, 진도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였고
대부분 내진설계가 되어있지 않던 석조 주택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도시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지진이 벌어지고 고작 3일 만에 2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확인했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만 했다. 끔찍하게도 사망한 대부분의 사람은 무너진 건물에 깔린 압사였다.
이때, 지진으로 무너진 9층 건물의 잔해 속에 26살의 어머니 '스잔나 페트로시안'과 4살 된 딸 '가야니'도 갇혔다. 모녀를 기다리는 것은 오직 죽음의 공포뿐이었다. 여진이 느껴질 때마다 머리 위의 잔해들이 다시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들을 뚫고 나가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몸을 들썩이는 것조차 두려운 와중에 아이는 갈증과 굶주림에 지쳐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엄마. 너무 목이 말라요.”
그때 스잔나는 부서진 유리 조각으로 손가락을 찔러 딸에게 자신의 피를 먹였다. 어머니는 딸이 보챌 때마다 차례차례 손가락을 베어 아기의 입에 물렸다.
이 모녀가 극적으로 구출된 것은 매몰된 지 14일이 지나고 난 후였다.
그렇게 빠져나온 어머니 스잔나의 손가락 열 개는 모두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엄마는 그저 딸이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안도했다.
어떠한 고통도 감당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사랑의 첫 번째 계명은 먼저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희생은 사랑의 고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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