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며 일하는 법

3406 2020. 11. 13. 11:36

2002년 10월 어느 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토니 블레어 총리와 에스텔 모리스 교육부 장관.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에 따른 후속 만남이었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팀장이나 임원을 찾아와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면 리더들이 긴장한다. 대개 그만두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도 직장인과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이날 블레어 총리는 사임하겠다는 장관을 따로 불러 한 시간을 독대하며 만류했지만 장관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다음과 같은 사임의 변을 남기며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무능함! 막중한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기엔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상관이 그렇게 평한 게 아니라 스스로 무능하다며 사임하겠다는 거다.

당시 나는 신문에서 이 기사를 오려 사무실 책상 뒤편에 붙여 두고 오래 들여다봤는데 모리스 장관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과 행동은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기 고백이며 스스로를 엄하게 돌아보는 자만이 가능한 고급한 선택이니 말이다. 나 또한 언젠가 퇴직하게 된다면 이 이유로 그만두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몇 년 후 그렇게 했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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