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청년TF 만들어야 ‘20대의 분노’ 알 수 있나

3406 2021. 5. 14. 09:56

부족한 인력을 급하게 충원하기 위해 인턴 기자 2명을 채용하게 됐다. 모집공고를 올리니 예정된 인원의 수십 배의 원서가 들어왔다. 여기까지는 예상했지만 지원자의 면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국내 명문대는 물론 해외 유명대학 출신까지 섞여 있었다. 화려한 스펙에 높은 학점까지 갖췄고, 면접 때는 어려운 질문에도 대답이 술술 나왔다.

 

누가 봐도 뛰어난 인재들이 길어야 6개월 채용되는 박봉의 일자리에 지망을 한 것이다. 그것도 지원자의 대부분은 이미 정규 과정 4년을 마친 후 취업을 위해 졸업만 미루고 있는 ‘수료생’들이다. 멀쩡한 직장에 정규직으로 뛰어다니고 있어야 할 인재들이 단기 비정규직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우리 청년의 취업난을 현장에서 절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청와대가 청년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청년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한다. 이철희 정무수석이 단장을 맡고 청년비서관, 전임 청년소통정책관, 의전비서관, 경제정책비서관, 일자리기획조정비서관 등이 멤버다. 청와대는 “TF 구성에는 4·7 재보선 결과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성은 전체의 72.5%가 오세훈 시장에 표를 몰아줬다. 건국 이래 20대는 진보 세력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20대 남성의 오 시장 지지율은 60세 이상(70.2%)보다도 높았다.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이제 와서 원인과 대책을 찾는다고 TF를 만드는 것 자체가 한심하다. 포털에서 ‘20대의 분노’만 찾아봐도 수없는 기사와 블로그 글이 올라온다.

20대가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다. 청년실업률이 3월 기준 10%로 전체 실업률(4.3%)의 두 배를 넘는다. 잠재 구직자를 포함한 청년체감실업률은 25%를 웃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 사태로 각국 청년들이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잃고 있다”며 청년실업 원인으로 코로나19를 지목했다.

 

문정부 출범 이후 청년실업률이 줄곧 8.9~9.8%의 고공행진을 이어온 사실은 외면했다. 고용 위축을 초래하는 산업·노동정책, 반기업적 규제는 도외시했다. 4월 26일 발표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에서 20대의 71.1%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1주 새 7.9%포인트 급등한 데는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을 아직도 모르는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깔려 있다.

부동산값 급등에 따른 박탈감도 크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봐야 서울에 아파트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가상화폐에 뛰어드는 청년을 향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는 꼰대 발언이나 한다.

 

경제적 절망에 빠진 청년들을 더 힘 빠지게 하는 일은 불공정이다. 문재인정부만큼은 공정하리라 믿었는데, 큰 배신을 당했다. 인천국제공항 사태로 촉발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20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봐야 노조에 속해 떼쓰는 것보다 못하다”라는 분노를 초래했다. 청년들은 조국, 윤미향, LH 사태를 지켜보면서 문재인정부의 불공정에 치를 떨어야 했다. 20대가 문재인정부를 외면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뻔하다. 문정부에 과연 이를 해결해줄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임상균 칼럼 sky221@mk.co.kr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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