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영웅전』 말고도 많은 글을 썼다. 그중 남아있는 78편을 모아놓은 게 『모랄리아』다. 철학·정치·윤리·교육·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수상록으로, 거기에 ‘7현인의 만찬’이라는 글이 있다. 그리스의 일곱 현인으로 일컬어지던 인물들이 다양한 주제로 가상 대화를 나누는데, 민주정치란 어때야 하는지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먼저 아테네 민주정의 기초를 세운 개혁가 솔론이 말한다.
“범죄로 피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자 못지않게 범죄자를 기소하고 처벌하는 나라에서 민주정치가 가장 잘 운영되고 효과적으로 영속할 것이네.”
탁월한 연설가였던 프리에네의비아스가 두 번째로 말한다.
“모든 사람이 참주를 두려워하는 것만큼 법을 두려워하면 훌륭한 민주정치가 될 거야.”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의 아버지’라 칭한 밀레토스의 탈레스가 이어 말했다.
“민주정치란 사람들이 지나치게 부유해지지도 않고 지나치게 가난해지지도 않게 하는 것이지.”
다음은 스키타이의 아나카르시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존중받지만, 덕과 악덕의 정도에 따라 더 나은 사람과 못한 사람이 구분되어야 하네.”
경구 짓기로 유명했던 린도스의클레오불로스가 뒤를 잇는다.
“공직자가 법보다 비난을 더 무서워하는 나라가 가장 정의롭다네.”
여섯 번째로 미텔레네의 피타코스가 말했다.
“그런 나라는 나쁜 사람이 공직에 오르도록 허용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공직을 거부하도록 허용하지도 않지.”
마지막으로 스파르타의 킬론 차례다.
“법률에 최선의 주의를 기울일 뿐, 법률에 관해 말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하는 게 최고의 체제라네.”
인용이 길어서 이번 칼럼을 거저먹는 듯하지만, 비난을 감수하고 장황하게 옮기는 것은 그만큼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는 까닭이다. 과연 현인은 현인이다. 어느 하나 버릴 말이 없다. 2600년도 더 지난 요즘 우리네 정치 상황에서도 귀에 쏙쏙 박힌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대기자/중앙콘텐트랩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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