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짐 싸는 文대통령의 민망한 이사 에티켓(2)

3406 2022. 1. 18. 11:25

좋은 건 바리바리 싸가고 나쁜 건 죄다 버리고 간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두 자릿수로 인상하면서 시기는 4월 이후로 미뤘다. 서민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공은 챙기고, 서민물가 폭등이라는 과는 차기 정부로 떠넘긴 것이다. 올해 주택보유세 산정에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데, 올해 보유세는 동결되겠지만 내년엔 그만큼 더 오르게 된다. 이 역시 정책 실패의 책임 떠넘기기다. 자동이체가 드물던 시절 우유 값, 신문 값 떼먹고 이사 가던 염치없는 전출자와 뭐가 다른가.

 

덕분에 차기 정부는 차디찬 냉골에서 새 살림을 시작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통 크게 쓰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나랏빚은 1000조 원 넘게 쌓여 있고, 텅 빈 곳간을 채울 기업들은 임기 말까지 계속된 반(反)기업 입법으로 손발이 묶여 있다. 공상과학 수준의 탄소중립계획을 포함해 무리한 정책들이 들이밀 청구서에 연금개혁 노동개혁 폭탄까지 떠안다 보면 후임 대통령도 현 정부처럼 “저희가 물려받은 좋지 못했던 여건” 탓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안 하던 퇴임식까지 하고 갈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전세 들어왔다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퇴임식이야 어떻든 집주인에겐 다시는 들이고 싶지 않은 세입자로 기억될 것 같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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