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푸틴 때문에 운다

3406 2022. 4. 23. 09:57

인플레이션은 빈국에 더 치명적입니다. 페루는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자 수도 리마에 대한 통행금지를 단행. 비료·유가 상승에 화난 농민과 운전 기사들은 고속도로를 봉쇄하기도. 북아프리카 수단에선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아이들이 부지기수. 수단은 지난해 10월 쿠데타가 일어난데다 밀 87%를 수입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난이 심각합니다. 내전에 가뭄까지 겹치는 ‘퍼펙트 스톰’이 수단을 강타한 셈. 국제사회가 아프리카에 배정하던 후원금도 유럽 난민 보호에 쓰이면서 국제구호단체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장 볼 엄두가 안 난다는 하소연이 들립니다. 10만 원어치를 사도 며칠 못 버틸 만큼 인플레이션이 심한 탓. 국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여 만에 4.1%나 폭등. 전문가들은 “아직 끝이 아니다”고 합니다. 산업연구원은 6일 불안한 유가·원자재 가격과 공급망·유동성 위기가 물가 상승에 25%나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3.0%로 내려 잡는 대신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에서 3.2%로 대폭 상향했습니다.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곡물은 얼마나 부족할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 80.5%이던 우리나라 곡물 자급율은 2020년 20.2%(잠정)로 하락. 특히 밀과 옥수수·콩류의 자급률은 10% 미만입니다.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따라 국내 물가가 영향을 받는 구조입니다. 먹거리 가격이 뛰면 저소득층은 ‘식품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소득 수준이 ‘하’로 분류된 저소득 가구 가운데 13.4%는 ‘최근 1년간 충분하고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날 코로나19 피해보상과 함께 “물가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라”고 인수위원회에 지시했습니다. 세계경제를 후퇴시킨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집단학살’이 아니어도, 인류에게 큰 고통을 안긴 전범입니다.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22. 04. 06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