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젤렌스키 홀대한 대한민국 국회(2)

3406 2022. 4. 27. 11:18

자유 진영에 속하는 나라 중 젤렌스키를 이렇게까지 홀대한 건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일차적 이유는 곧 야당이 될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민간인 학살은 조작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사람을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설 당일 초청해 토론회 자리에 앉혀놓는 그런 정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점하고 있다. 입만 열면 한반도 종전 선언을 지지해달라던 자들이, 정작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모르쇠로 일관한다. 국제사회의 눈으로 볼 때 실로 가증스러울 것이다.

 

러시아와 맺은 관계가 우려되고 경제적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항변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없다면 유럽 모든 국가는 당장 올겨울부터 국민들이 말 그대로 얼어 죽을 수도 있다. 자유 진영의 우방국들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 우크라이나와 함께하는 중이다. 한국전쟁 당시 세계 각국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난 대한민국 집권 여당은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인가.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의 실상 역시 만만치 않다. 참석자 면면을 보면 현역 의원을 다 합쳐도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보다 참석자가 적었다. 입만 열면 안보, 동맹, 자유를 떠들더니 대선 끝났다고 남의 집에 난 불 취급하는 것인지.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던 윤석열 당선인 또한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처칠은 어디 있는가? 우리에게는 핼리팩스와 체임벌린만 있단 말인가?

 

<다키스트 아워>로 돌아가 보자. 전시 지하 벙커에서 핼리팩스는 처칠에게 평화라는 이름의 항복을 강요한다. 갈등하던 처칠은 평생 타본 적 없는 지하철에 올라타 시민들을 만난다.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결연한 투쟁 의지에 감동한 처칠은 눈물을 흘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 장면은 영화적 각색이지만 역사적 진실을 담고 있다. 결국 히틀러는 영국을 꺾지 못했다. 그 어떤 독재자도 자발적으로 뭉친 국민을 이겨낼 수는 없는 것이다. 처칠의 말이 옳다. 승리가 없다면 생존도 없다.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전쟁을 지지한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2022.04.16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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